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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나로 인해 따뜻해지는 세상

by onlyhim1 2023. 1. 9.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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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을 주고싶은 의지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엄 여사가 기차에서 파우치를 잃어버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인 <불편한 편의점>은 따뜻한 소설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어느날 기차를 한참 타고가다 파우치가 없어진걸 눈치챈 엄 여사에게 파우치를 주웠으니 서울역에서 만나서 돌려주겠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서울역에서 만난 사람은 한눈에 보기에도 꾀죄죄한 노숙자였다. 아무런 답례도 바라지 않으면서 파우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이 보였다. 엄 여사는 정년퇴직한 교사로 always라는 편의점을 운영하며 살고있다. 그녀는 고마운 마음에 그 노숙자를 자신의 편의점으로 데려가 도시락과 마실것을 주고 배고프면 언제든 자신의 편의점을 찾아오라고 한다. 노숙자는 알콜성 치매를 앓고 있어서 본인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눌한 말투로 자신을 독고라고 소개한다. 겉모습은 여느 노숙자와 다르지 않지만 상당히 예의바르고, 야무지고, 교양도 있어보인다. 엄 여사는 그 특별하고 고마운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던 차에 야간알바의 자리를 든든히 지켜주던 성필씨가 그만두게 되자 독고씨를 야간알바생으로 고용한다. 그리고 야간알바 시간대에 찾아오는 단골들에게 독고씨가 베푼 배려로 따뜻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파우치를 찾아주려는 마음과 또 그 마음에 보답하려는 엄 여사의 의지가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도움을 주는건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독고씨가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고 처음만난 사람은 독고씨에게 편의점 전반 사항에 대해 인수인계를 해준 시현이다. 취업준비가 길어지면서 꽤 오랫동안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시현이는 젊고 똑부러지는 20대 여성이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데 오랜 취업준비 생활로 기가 죽어있는 그녀에게 독고씨는 칭찬섞인 용기를 주며 자신에게 포스기 쓰는 법을 알려준 것 처럼 유튜브를 찍어보라며 격려한다. 시현이보다 포스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쉽게 잘 알려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내용전달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현은 편편유튜브를 시작했고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이 그녀의 능력을 증명했다. 덕분에 큰 용기를 얻게 된 시현은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힘차게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편의점 운영과 퇴직연금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살고있는 엄 여사에게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엄마의 편의점을 팔아서 본인의 사업자금을 마련하려는 궁리만 하고있는 아들이다. 남편은 번듯한 회사를 다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나가버렸고, 아들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도 했지만 사업을 한다는 핑계로 아버지처럼 번듯한 직장 그만두고 집에서 놀고 있었다. 엄마는 아들이 남편처럼 될까봐 걱정을 하고 아끼지만 아들과 소통은 늘 엇나가기만 한다. 아들은 이런 엄마의 마음도 모른채 ‘그놈의 편의점 무슨 돈이나 된다고…’라는 생각으로 항상 편의점을 정리하려는 계획을 한다. 엄 여사도 편의점이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건 알지만 알바비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조금 가난하지만 성실한 사람들을 위해 언뜻 편의점을 접지 못한다. 편의점을 정리하려면 우선 알바생들을 다 정리해야한다. 아들은 어머니의 든든한 지지를 받는 독고씨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그의 결점을 잡아서 어머니의 신뢰를 깨뜨리려는 빌미를 잡으려고 미행도 한다. 하지만 독고씨는 아들의 방해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엄 여사와 아들의 관계를 이어주려고 또 그의 따뜻한 배려를 보인다. 자식과 소통이 단절돼 속상해 하는 엄마에게는 그녀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들어주며, 자식과 소통을 위해서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라며 카운셀러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정말 그 아들이 바라는 부분이 무엇인지, 결핍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빠르지 않아도 꾸준하게 천천히


    저녁이 되면 편의점에 찾아오는 단골이 있다. 의료영업자 경만은 퇴근 후 버릇처럼 이 편의점에 들러 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을 합쳐 참참참을 하러 온다. 집에는 토끼같은 아내와 다람쥐같은 쌍둥이 자녀가 있지만, 삶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기다리는 식구들을 제쳐두고 편의점에 들른다. 독고씨는 술 한잔 대신 위로와 같은 옥수수수염차를 꾸준히 권유하며 빠른 귀가를 도모한다. 옥수수수염차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으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리고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짤리고 극작가에 도전 중인 인경은 편의점 맞은편 원룸에서 생활하며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말도 더듬고 뭔가 수상해 보이는 알바생 독고와의 대화를 통해 영감을 얻어 집필을 시작하게 된다. 극본의 제목은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불편한 편의점이다. 상품이 다양하지도 않고 무언가 수상쩍은 알바생은 불편하지만 이상하게 계속 찾게되는 편의점이다. 단골손님들은 처음에 독고씨가 낯설고 이상해서 싫어했지만 그의 진심어린 조언과 배려로 위로를 얻어 힘들었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그리고 독고씨도 결국 기억을 되찾는다. 사실 그는 성형외과 의사였는데 본인의 실력을 믿고 오만하게 행동하다 결국 병원은 망하고 가족들은 떠나가버렸다. 그리고 지난 삶을 후회하며 술만 마시다가 노숙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기억을 찾은 독고씨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 편의점을 떠난다. 소설의 맨 끝에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라는 구절은 독고씨를 비롯한 편의점을 찾던 사람들의 시련과 슬픔이 끝나고 반드시 웃음과 기쁨이 회복되리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 하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


    아무리 문제를 일으키는 가족일지라도 성급하게 문제를 바로 잡으려 하기보다는 인내하며 꾸준히 사랑과 격려를 준다면 그 정성에 보답하려는 사람이 된다. 사랑으로 해결 못할 문제는 없다.
    나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는 무거운 죄책감으로 삶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무거운 죄책감 때문에라도 다른 사람을 더 도우며 살아야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오히려 더 따듯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작가도 오히려 죄스러움을 지니며 내 몫의 욕심을 내려놓고 도울 것을 돕고 나눌 것을 나누며 살겠다고 말한다. 그 노력은 세상뿐만 아니라 본인의 영혼을 변화시켜 더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생의 어느 순간에라도 선을 행하기를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어떻게든 삶은 우리에게 의미를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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