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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느끼한 산문집, 집에서 선풍기틀고 라면먹으면서 읽고싶은 책

by onlyhim1 2023. 3. 6.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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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다운 패기와 서체로 맛있게 써내려간 그녀의 삶

    글을 읽기에 앞서 작가의 경력이 눈에 띄었다. 강이슬 저자는 성인 프로그램인 SNL KOREA를 비롯하여 인생술집, 놀라운토요일 등 재밌고 인기있는 TV프로그램 방송작가이다. 제6회 카카오 브런치에서 무려 대상을 받고 출간한 책이다. 브런치북은 글 좀 쓴다하는 사람들이 다 모인 곳이라 그곳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면 좋은 책이라는건 안봐도 알만한다. 책의 내용 중에는 거친 말과 삶이 나오긴 하지만, 제목 그대로 느끼하지 않은 솔직 담백한 서체로 독자에게 감동과 재미와 힐링을 선사한다. 특히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부모님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개척해나가는 대한민국의 어는 집 딸의 입장으로 충분히 공감되고 가슴 한켠이 아릿해지는 듯 했다. 고급인생을 포기하고 엄마의 삶을 갈아 만든 나라는 사람, 지금 내 모습은 과연 엄마가 기대한 모습일까? 작가는 말한다. 엄마는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을 바란다고. 이렇듯 이 책은 큰 파도가 몰아치듯 감동을 주면서도 끝엔 잔잔히 마음을 다독여준다. 강이슬 작가는 한달에 30일 동안 작가 일을 하면서 받은 첫 월급이 96만 7,000원이라고 했다. 한 프로그램을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리며 투자한 노력의 대가가 백만원도 안된다니 참 허탈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힘들게 일을 했을지 저자의 자기소개란에 적힌 ‘<안느끼한 산문집>으로 대상을 받고 출판 계약을 하며 난생처음 갑이 되었다.’는 말을 보면 유추해 볼 수 있다. 적은 월급으로 서울에 전세집을 구하러 다니며 현실타격을 받자, 가난을 팔아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써내려간 이 책은 MZ세대의 현실과 심정을 대변해주는 강이슬 작가의 피와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피, 땀, 눈물, 청춘들의 열정화폐

    작가의 어린시절 금수저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유복하게 자라다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한순간에 온 가족이 길가에 나앉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헌신으로 피아노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에 합격해 유학까지 갔다고 한다. 그리고 유명 티비 프로그램 작가로 일하게 된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한달동안 열심히 일한 돈이 백만원도 채 안되고 그 외의 경우에는 50만원도 채 받지 못했다. 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회의와 대본 수정과 밤샘 작업과 고된 창작이 있었겠는가. 그 노력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액수이다. 물론 피와 땀이 묻은 노력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살 만큼은 줘야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가난으로 물들어가다가 체념의 경지까지 간 작가는 상상은 무한 리필 공짜라서 다행이라고 한다. 사람을 풍요롭게 하는 건 오히려 공짜다. 값으로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상상, 사랑, 정, 인내, 희생 등 이러한 것들은 작가의 말대로 공짜라 정말 다행이다. 작가는 그녀와 친구들이 같이 사는 옥탑방에서 선선한 저녁시간 간단한 음식으로 한끼를 떼우며 씁씁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충분히 돈을 잘 벌고, 부모님이 선망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자신의 자아실현과 영혼의 만족을 위해 작가라는 길을 선택한 강작가는 오히려 돈보다 더 값진 소중한 추억과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신입도 3년차도, 5년차도, 7년차도, 10년차도 버티는 그 업계에서 버틴다는 것은 그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값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엄마의 삶은 포기하고 비워내는 것일까

    이 책에서 독자들이 가장 많이 공감하고 눈물을 쏟게 한 파트이지 않을까 싶다. 엄마라는 단어 하나로도 눈물이 나올만큼 다양한 정서와 감정을 갖고 있는 단어인데, 강이슬 작가만의 현실감 있고 살아있는 표현으로 엄마의 헌신과 희생을 그녀의 책에 그려나갔다. 아이가 아픈건 엄마의 잘못이 아닌데 고치기 어려운 병 앞에서 한숨을 쉬는 의사들에게 엄마는 그저 죄인일뿐 이었다. 엄마라는 이유로 그 큰 죄책감과 슬픔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어느 집 귀한 딸의 나이는 겨우 스물여덟 살이었다. 작가는 그때의 엄마 나이에 해낸 것이라곤 겨우 사과 맛을 안 것 뿐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아직 성숙한 어른이 되기에는 이른 나이라는 것이다. 또 엄마는 작가의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 본인이 새벽기도에 빠져 기도를 못했기 때문에 아픈거라며 정작 본인이 잘못해서 다친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딸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한다. 엄마가 편하면 자식들이 아픈거라며 굳이 희생을 감내하며 새벽 4시,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뚫으며 새벽기도를 나가신다. 그때도 엄마는 자신이 편하지 않아야 자식들이 아프지 않다는 주문을 외우며 길을 나섰을 것이라고 작가는 추측한다. 엄마는 어렸을 적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하셨다. 또 영어를 잘 하고 싶어했고 대학교에 가고 싶으셧다. 해외여행을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고 다양한 세계를 직접 느끼고 싶으셨다. 하지만 엄마가 하고 싶었던 것을 아낀 돈으로 작가는 피아노를 배우고, 대학에 가고, 해외에서 영어를 배웠다. 엄마가 자신이 하고싶었던 것을 포기하며 딸에게 투자하며 상상한 딸의 미래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보면서 나도 나에대해 한번 되돌아본 시간이었다. 여자는 아이를 낳기 전 과 후로 인생이 나뉜다던데, 남녀를 막론하고 내가 보호해야 될 약자가 있으면 사람은 강해지게 학계의 정설이다. 더군다나 여성은 모성본능이 있어서 자녀가 있기 전과는 달리 후에는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더 강해진다. 실제로 여자의 생물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초능력이 가끔 엄마에게 발현되어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아이가 차에 깔렸을 때 무거운 벤치프레스도 못들던 여자는 엄마이기에 차들 들어올려 아이를 구해낸다. 이것이 여자는 약하나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나온 이유인가 싶다.

    나라도 제대로 내 편이 되어주자

    작가는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인을 탓하는 것을 그만두고 스스로 자신의 편이 되어주기로 한다. 나를 무시하는 세상에서 나까지 내 자신을 자학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작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정말 짱이다. 나는 이렇게 놀라운 정도로 훌륭하고 정상인데 세상과, 현실과, 상대방이 정상이 아니라서 일이 꼬이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가난한 대학시절 원룸에서 간단한 음식으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고달프지만 보람찼던 있었기 때문에 많은 공감이 갔다. 지금 우리는 누군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벗어나면 마치 오답인마냥 꿈과 진로를 정하며 청춘을 바쳐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고싶은 것을 하며 가난을 견디는 것 보다 남들이 선망하고 돈을 잘 버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물질적인 풍요로움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그 길은 아니라고 반대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처럼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을 보면 마치 위인들에게 붙일 수 있는 ‘대단하다’라는 수식어를 그 사람들에게도 붙이게 된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신한다. 강이슬작가처럼 엄마의 헌신과 희생을 보고 자란 아이라면, 비록 월급은 적을 지언정 헛된 삶을 살진 않을 것이며, 오히려 가치있는 삶을 더욱 더 추구하려고 한다는 것을 그리고 엄마의 헌신이 자양분이 되어 결국 꽃이 필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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