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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감성적이고 쓸쓸한 이야기

by onlyhim1 2023. 7. 7.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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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청춘은 견뎌내는 것

    주미는 남편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일산을 방문한다. 오래된 쇼핑물을 걷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우동집을 지나가게 된다. 어릴적 모습 그대로인 우동집을 보고 자신의 20대 시절을 떠올린다. 그것은 패배했던 무더운 여름의 기억이었다. 그 때의 주미는 자신의 인생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불운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썼다. 그 말이 힘 때문에 자신이 삼수를 하게 된 건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다. 학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 주미는 프랜차이즈 토스트집에 앉아있는 학창 시절 친구 장의사를 보게 된다. 장 씨인 그는 학창 시절 늘 의사를 꿈꿔서 장의사라는 별명이 붙은 친구였다. 주변인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의대에 진학하지만 학교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 그의 상황은 모르고 있던 주미는 그저 재수생인 자신의 처지와 비교되는 것을 느껴 그와 토스트집 앞에서 마주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던 그녀는 SNS를 통해 그에게 토스트집 앞에 앉아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며칠 뒤 오랜 고민 끝에 그들은 우동집에서 만나게 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장의사는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으며 학교를 자퇴할 생각인데 아빠는 자신이 수업을 들으러 간다고 알고 있어서 토스트집에 앉아 아빠가 출근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고백한다. 그 이후 장의사와의 만남이 잦아지고 장의사와 친하게 지내는 김조교라는 형을 알게된다. 그 학과 선배라는 형은 장의사와 하루에도 몇통의 전화를 주고받고, 장의사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받을때까지 전화를 걸어온다. 하지만 장의사는 그 형이 없었으면 자신은 이미 죽었을 것이라며 은인처럼 여기며 그의 은밀한 부탁을 들어주고 있었다.

    인생엔 영원히 가까운 것도, 영원히 먼 것도 없다

    장의사를 통해 김조교와 주미는 몇 차례 술자리를 같이하고 가까운 사이가 된다. 장의사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느끼던 주미는 김조교 형과의 연애를 시작하지만 한 달도 못가 관계는 끝나고 만다. 그리고 주미는 대학에 합격하고 그로부터 3년 뒤 김조교 형을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보게 된다. 그것은 그가 체세포 복제 관련 논문 조작에 개입해서 2년 형벌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실험을 위해서 불법적으로 난자를 채취하거나 조작된 난자 기증서를 사용한게 밝혀지자 주미는 그가 인간의 아름다움을 정확히 훼손할 줄 아는 사람이었음을 알게되고 분노와 구역질에 시달린다. 여성인 자신 또한 무감한 폭력에 노출되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논문사건으로 김조교 형의 실체를 알게되자 자신이 가스라이팅에 시달리고 있었고 주미와 형 사이에 있었던 일도 자신때문인것만 같은 죄책감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하지만 주미는 이 사실을 몇 달이 지난 뒤에 알게된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주미는 자신의 아이가 친구에게 매일 편지를 쓰며 안녕이라며 안부를 묻는것을 본다. 그리고 주미는 깨닫는다. 안녕이라는 말은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가볍게라도 항상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말이고 물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지금 존재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안부를 물음으로써 주미는 비로소 패배로 가득한 여름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으로 과거의 기억을 재생시킨다.

    인생의 씁쓸함을 마주보는 용기

    이 소설집에는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패배의 시간을 통과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씁쓸한 과거를 현재에도 살아내고 있는 그들은 굳이 그 시기를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씁쓸함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자체로 이미 성장하고 단단해졌다는게 아닐까. 가끔은 극단적인 낙관주의보다 현실주의가 성장의 좋은 도구가 될 때가 있다. 차별과 혐오와 정체성 혼란까지 겪은 그들은 좌절과 상처로 인해 오히려 성장 할 수 있었다고 깨닫는다. 힘든 시기를 관통하며 다양한 느낌의 좌절과 씁쓸함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겪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을 감정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내가 다양한 것을 겪을 수록, 나이가 들수록 이 책을 읽을 때 느끼는 점이 다양하고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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